“나는 조선의 계집아이 고애신이오."
사랑보다는 총을 택했고,
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, 그의 곁을 떠나야 했소.”
고애신을 떠올릴 때,
사람들은 먼저 그녀의 ‘의지’를 말한다.
총을 든 의병, 자신의 신념을 관철한 인물,
그리고 흔들리지 않았던 여자.
하지만 정말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을까?
고애신은 감정 앞에서조차 단단했을까,
아니면 그 단단함 속에 누구보다 많은 감정이 숨어 있지 않을까?
1. “사랑받고 싶으면서도, 사랑이 두려운 사람”
고애신은 유진 초이를 사랑했다.
하지만 그녀는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.
조선이 무너지는 시대, 마음을 내어주는 일은 너무 큰 사치였다.
그녀가 사랑을 멀리한 건,
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라
그 감정이 무너지면,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.
어릴 적 부모를 의병으로 잃고,
“누군가를 믿는 일은 결국 그 사람을 잃는 일”이라는 감정을
그녀는 너무 일찍 체험해 버렸다.
그래서 사랑은 고백이 아니라,
감춰야 할 위험이 되었다.
2. “감정이 없어 보여도, 감정으로 움직인 사람”
사람들은 고애신을 차갑다고 말한다.
하지만 차가운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.
그녀는 늘 움직였다.
위험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,
사람들을 살리기 위해, 매 순간 스스로를 던졌다.
그 원동력은 ‘분노’와 ‘슬픔’, 그리고 ‘죄책감’이었다.
유진 초이가 그녀를 구하려 했을 때,
그녀는 외면하지 않았다.
다만, 함께하지 못할 뿐이었다.
고애신은 감정을 내지 않아서 무감한 게 아니라,
감정이 너무 많아서 그것을 무너뜨리지 않으려 애쓴 사람이었다.
3. “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보다, 지키는 일이 더 어려운 시대”
고애신은 사랑을 선택하지 않았다.
아니, 사랑을 ‘말로’ 선택하지 않았다.
그녀는 오히려, 사랑하기 때문에 곁에 있지 않기로 했다.
무너지지 않기 위해 떠났고,
유진 초이와 구동매가 감정으로 움직일 때조차
그녀는 한 발 뒤에서 ‘자신의 자리’를 지켰다.
그 시대의 여성은,
감정보다 더 큰 것을 품어야 했고,
사랑보다는 지켜야 할 것을 먼저 손에 쥐어야 했다.
그래서 고애신의 선택은 때로는 차갑게,
때로는 잔인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.
하지만 그 선택의 이면엔
사랑받기 위한 자격 대신,
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힘을 키우려는 인간의 존엄함이 있었다.
"흔들리지 않았던 게 아니라, 흔들리는 걸 들키지 않았을 뿐"
고애신은 흔들렸다.
하지만 그 흔들림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.
그녀의 단단함은,
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
감정을 억누르며 지켜낸 자기 존엄의 결과였다.
사랑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지만,
때로는 사랑하기 때문에 거리를 두어야 하는 순간도 있다.
그녀는 그걸 안 사람이다.
“감정을 드러내지 않아도,
누군가를 지켜보는 마음은 누구보다 뜨거울 수 있다.”
고애신이 그걸 증명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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